보청기 구매를 앞두고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 선택입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스위스의 ‘포낙(Phonak)’과 덴마크의 ‘오티콘(Oticon)’은 각기 다른 기술 철학을 가지고 있어 사용자마다 만족도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도 내 귀에 맞지 않아 장롱 속에 방치하지 않으려면, 두 브랜드가 소리를 처리하는 방식과 스마트폰 연결성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나에게 딱 맞는 제품은 무엇인지 핵심 기능을 비교해 드립니다.
소리 처리 철학의 차이: 집중 vs 개방
두 브랜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소음을 제어하고 말소리를 들려주는 알고리즘, 즉 ‘소리 철학’에 있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선택의 80%를 좌우합니다.
먼저 포낙(Phonak)은 ‘말소리 명료도’에 집중합니다. 오토센스 OS(AutoSense OS)라는 기술을 통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소음이 많은 곳에서는 주변 소음을 강력하게 억제하면서 화자의 목소리(Signal)를 증폭시킵니다. 이를 ‘빔포밍(Beamforming)’ 기술이라고 하는데, 전방의 말소리에 마이크가 집중되도록 하여 시끄러운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상대방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게 돕습니다. 따라서 사회 활동이 많고 대화의 정확성을 중요시하는 분들에게 선호도가 높습니다.
반면 오티콘(Oticon)은 ‘브레인히어링(BrainHearing)’이라는 독자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합니다. 소음을 무조건 억제하기보다는 360도 전방위의 소리를 자연스럽게 뇌에 전달하여, 뇌가 스스로 소리를 선별하도록 돕습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더 풍부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경험할 수 있으며, 소리를 듣는 데 들어가는 뇌의 피로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인위적인 소리 차단보다는 개방감을 선호하고, 자연스러운 청취 환경을 원하는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블루투스 연결성과 디지털 편의성 비교
최근 보청기는 단순히 소리를 증폭하는 기계를 넘어,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웨어러블 기기로 진화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포낙이 조금 더 범용적인 강점을 보입니다.
포낙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블루투스 기기와 다이렉트 연결이 가능한 MFA(Made For All) 기술을 지원합니다. 아이폰뿐만 아니라 삼성 갤럭시 등 안드로이드 폰, 심지어 구형 폴더폰(블루투스 지원 시)이나 노트북과도 별도의 중계기 없이 연결됩니다. 전화 통화 시 보청기가 무선 이어폰 역할을 하여 핸즈프리 통화가 가능하고, 유튜브나 음악 소리도 직접 스트리밍됩니다.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은 한국의 노년층에게 강력한 소구 포인트입니다.
오티콘은 전통적으로 아이폰과의 연결성(MFi)이 강력했으나, 최근에는 안드로이드의 ASHA(Audio Streaming for Hearing Aids) 프로토콜을 지원하며 호환성을 넓혔습니다. 하지만 포낙처럼 모든 기기와 범용적으로 붙는 방식이 아니라 저전력 블루투스(LE) 방식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일부 구형 안드로이드 폰이나 PC 연결 시에는 별도의 액세서리(커넥트 클립 등)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배터리 효율 면에서는 저전력 방식을 쓰는 오티콘이 조금 더 유리할 수 있다는 평이 있습니다.
주요 라인업과 가격대 분석
두 브랜드 모두 엔트리급부터 프리미엄급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격대는 채널 수와 탑재된 기능에 따라 한 쪽당 100만 원대에서 400만 원대 이상까지 다양합니다.
포낙의 대표 모델인 ‘오데오 루미티(Audeo Lumity)’ 시리즈는 방수 기능과 대화 향상 기능이 강화되었으며, 충전식 모델이 주력입니다. 오티콘의 ‘리얼(Real)’ 또는 ‘인텐트(Intent)’ 시리즈는 심층 신경망(DNN) 기술을 적용하여 소음 속에서도 문맥을 파악하는 능력을 극대화했습니다. 가격 정책은 판매 센터(대리점)마다 할인율이 상이하므로, ‘권장 소비자 가격’보다는 실제 거주지 근처 센터의 프로모션 가격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구매 가이드)
결국 “어떤 것이 더 좋은가?”에 대한 정답은 사용자의 청력 상태와 라이프스타일에 달려 있습니다. 만약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하고 외부 활동 시 소음 속 대화가 가장 큰 스트레스라면 포낙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원하며 소리 울림에 예민한 편이라면 오티콘의 개방형 사운드가 더 편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보청기는 한 번 구매하면 5년 이상 사용하는 고가의 의료기기입니다. 인터넷상의 글만 보고 덜컥 구매하기보다는, 반드시 전문 청각 센터를 방문하여 두 브랜드의 제품을 모두 시착(테스트)해보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같은 청력이라도 뇌가 소리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상담과 청력 검사를 통해 내 귀가 편안해하는 소리를 찾으시길 바랍니다.